<기업탐방> 반도옵티칼
반도광학투시도
반도옵티칼은 안경테 전문 생산업체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안경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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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제작 시 안경에 광을 내거나 연마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기계인 연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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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부 연결 기계로 안경의 전면부와 다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장석 접합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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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C기계는 아세테이트를 가공하며 안경의 전면부를 제작하고 있다.

반도옵티칼(대표 이상탁)은 안경테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27세에 울산에서 안경 소매상으로 안경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상탁 대표는 30년 전 대구에 안경공장을 차렸다.

"소매상, 도매상을 거치면서 안경을 제대로 하려면 대구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30년 전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 때만 해도 1000~2000명씩 직원을 데리고 있는 공장들이 많았어요. 저는 뒤늦게 100명을 데리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때 있었던 공장들이 다 문을 닫았죠."

반도옵티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를 이용해 안경을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공장이 자동화됐지만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를 이용한 공정은 각 공정마다 일일이 사람손이 가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아세테이트를 직접 생산하는 공장은 사라졌다.

"요즘 제일 잘나가는 안경은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요.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주력상품으로 생산됐는데 단가가 비싸고 제작이 까다로워 현재는 국내에 생산라인이 우리 공장밖에 없으니까 직접 전 과정을 다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뿔테나 메탈 소재 안경은 3공단 내에 있는 50여 개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대구 북구 제3공단에 자리한 400여 개 안경업체들은 이런 방식으로 전체 제작공정의 한 두 부분을 나눠 소화하는 하도급 형식의 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나눠 만드는데 유명 브랜드를 달고 나가는 게 속상했어요. 게다가 중국시장이 들어오면서 해외 브랜드 로열티가 200억~300억원씩 뛰었어요. 이럴 바엔 길게 내다보고 품질로 승부하자 해서 2008년에 자체 브랜드를 만들게 됐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가 '폴 휴먼(Paul Human)'이다. 특히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개최된 '밀라노국제안경박람회'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유럽 바이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반도옵티칼에서 생산되는 안경은 독특한 제품들이 많다. 입맛대로 다리 색깔을 바꿔 끼울 수 있는 제품, 안경 코받침이 위로 뒤집어져 안경을 구석구석 닦을 수 있도록 한 제품, 발로 밟아도 안 부러지는 안경, 안경다리가 바람개비처럼 뒤집어지며 테 색깔이 변하는 제품 등 자체 개발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다.

"제품 개발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1년에 신제품을 400~500가지 만드는데 격려금 내걸고 제품을 개발하니까 디자인실뿐 아니라 공장 직원 누구라도 참여 가능합니다."

반도옵티칼은 10년 전부터 아들인 이성백 부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중국 자본에 밀려 위태로운 안경공장을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줄 때는 안경 산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다들 안 된다고 했어요. 선배들도 나이 들면 그만 두겠다는 생각을 갖고 일을 했었는데 저는 아니었어요. 여기서 우리나라 안경산업이 처음 시작됐고 벌써 그 세월이 70년인데 금방 없어질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특히 긍정적인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람이 생존하는 한 안경을 안 쓸 수는 없죠. 앞이 안 보이는데 안경을 안 쓰고 되나요. 지금 안경업계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몇 천만장 팔리던 것이 어느 날 한 장도 안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서서히 판매량이 줄어들 뿐인데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탁 대표는 안경 산업을 살리기 위해 북구 3공단에 위치한 거리부터 다시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2년 구청의 도움을 받아 가로등에 안경형상을 달았다.

"2004년에 지원센터가 들어설 때도 건물을 새로 지으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는 생각에 직접 건물을 보러 다녔어요. '그런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안경이나 잘 만들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안경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반도옵티칼은 국내에 직판점과 대리점을 두고 레노마(renoma), 오뚜르(autre), 앙드레김(Andre Kim)과 폴 휴먼을 판매,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게다가 폴 휴먼으로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자체 제작 브랜드로 진출했기 때문에 정당한 가격을 받고 판매도 수월하게 해 거의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유럽 진출도 서서히 시작하려고 할 만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상탁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포기한 것들에 도전한 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아세테이트 안경을 생산하기 위해 공정을 개선시켜 우리 실정에 맞게 진행한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발해야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hyunjii@fneyefocus.com 노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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