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경업계에는 수년 전부터 실행되지 못한 채 구호에만 머무르는 현안 과제들이 적지 않다. 안경사 단독법 통과, 안경 유통질서 확립, 조제가공비 및 피팅료 현실화, 안경테 및 선글라스 의료기기화, 보수교육을 포함한 안경사 전문교육 시스템화, 안경광학과 학제 일원화 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안경업계 전문기자로서 이들 현안은 꾸준히 기사화되는 주제들이지만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한 결론이 나지 않은 업계의 상황을 보면 답답함도 밀려온다. 물론 누구를 탓할 문제도 아니고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기 어려운 현안들임은 분명하다.

그 동안 대한안경사협회의 여러 집행부가 많은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으며 이를 위한 공동의 노력과 시도도 쉼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현안 과제들이 여전히 미제로 남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선 안경사는 국민의 안보건을 책임지는 안보건 전문가라는 당연한 개념을 확립하는 것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풀면 어떨까.

단순히 안경 제품을 판매하는 업자가 아닌 시력교정이나 눈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최적의 안경을 조제 가공해 주는 안보건 전문가라는 인식 전환을 모든 안경사가 공유하도록 하고 이를 제도화한다면 현안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 나갈 것이라 본다.

그 실례로 조제가공비 및 피팅료 현실화를 생각해 보자.

시력교정용 안경은 단순한 공산 제품이 아니다. 전문가의 세심한 검안과 조제 가공이 필요한 전문 의료용구다. 그런데 고객들은 안경을 구매할 때 검안비나 조제가공료는 당연히 제품값에 포함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안경원을 단순히 안경을 판매하는 곳으로 여겨 안경 가격을 흥정하려 한다.

안경사를 안보건 전문가로 보기보다는 안경제품을 서비스하는 판매원으로 인식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여기에는 '안경가격 최저 할인'의 문구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 일부 안경사들의 책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안보건 전문가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도 한몫하고 있다.

안과의사가 자신의 안과적 지식과 능력을 진료비로 청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보건 전문가인 안경사가 전문 능력인 검안과 조제가공, 피팅에 대해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해야 한다. 제대로 딘 안보건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검안비, 조제가공비, 피팅료가 포함된 안경원 처방전을 제도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고객의 시력이나 안경 처방 수치만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별도의 검안비와 조제가공비, 피팅료를 포함한 통일된 안경원 처방전을 만들어 전 안경원들이 이를 사용하고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안경이라는 제품을 단순 판매하는 것이 아닌 안보건과 시력교정을 위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경사의 위상을 이 공통 처방전을 통해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검안비, 조제가공비, 피팅료가 포함된 안경원 통합 처방전이 정착된다면 인터넷에서 싸구려 공테를 사와 안경원에서 렌즈만을 끼우는 이른바 '알갈이' 고객이나 일반 판매점에서 구입한 선글라스를 가져와 피팅하거나 as를 요구하는 얌체 고객의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물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저항이나 정부 및 유관기과 등과의 협의, 비용 책정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보건 전문가로서의 당연한 권리와 서비스 비용 청구가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들을 모색해 보다 과감하게 추진하려는 안경업계의 합의와 공동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밖에도 안경업계가 당면한 여러 현안 과제가 안보건 전문가로서의 위상 확립과 이를 제도화하는 노력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노력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안경테 및 선글라스 의료기기화, 보수교육을 포함한 안경사 전문교육 시스템화, 안경광학과 학제 일원화 등 안경업계의 현안들에 대한 해법이 보일 것이고 이를 통해 안경사 단독법과 안과의사에 버금가는 안보건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위상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기본이 바로서야만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 안경사가 안경제품을 판매하는 이가 아닌 시력교정과 안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은 결국 모든 안경사의 공생 발전을 위한 책무인데 그 책무는 국민의 안보건 향상과과 직결된다.

fn아이포커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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