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체들 붕괴로 안경산업 위협
상생과 경쟁력 향상 위한 해법 필요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는 안경테 및 선글라스를 의료기기화하는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안경업계에서 이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온 이슈로 최근 광학공업협동조합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화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반발을 보이면서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식약처는 현재 공산품으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는 안경테 및 선글라스의 규정 변경 관련 타당성 검토에 나섰다. 이를 위해 산하기구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을 통해 '시력보정용 안경테 및 선글라스 안전관리 선진화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관계자는 "이는 공산품으로 돼 있는 안경테 및 선글라스의 의료기기 재규정을 위한 검토와 자료수집 차원일 뿐"이라며 "실제로 해당 법률 검토가 구체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자료 수집과 검토 단계일 뿐이다
이런 식약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광학공업협동조합을 비롯한 안경테 제조업체들은 크게 반발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광학공업협동조합은 최근 안경테 의료기기화 추진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서명운동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펼쳐 나간다는 입장이다.
광학공업협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안경테 및 선글라스가 의료기기로 지정되면 제조업계는 위축되고 규제에 따른 생산원가 상승으로 경쟁력을 잃어 우리나라의 안경테 및 선글라스 산업은 몰락할 것이라며 이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안경사 업계는 안경테 및 선글라스의 의료기기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안경 유통시장의 무질서를 바로잡고 국민 안보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안경사협회는 과거 안경테 의료기기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제19대 대한안경사협회장 선거에서 출마한 세 후보 모두 안경테 의료기기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안경사 업권의 문제로 다뤄왔다.
이 같은 제조업계와 안경사 사이의 시각 차로 인해 이 문제는 현재까지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문제가 다시금 이슈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양측의 입장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제조업계, 안경산업 경쟁력 위축시키는 규제
우선 의료기기화 반대 입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제조업계의 경우 소규모 분업으로 이뤄지는 국내 안경테 제조업체들의 여건상 의료기기화는 새로운 규제로 경영악화로 이어져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입장이다.
광학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국내 안경산업은 세계적인 품질로 경쟁력을 갖췄는데 안경테 및 선글라스 의료기기 지정은 이런 국내 안경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들로 인해 갈수록 국내 안경테 제품들의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안경테 의료기기 지정은 국내 안경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규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안경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안경테 제조업체가 철저한 분업 형태로 10명 이내의 종사자를 둔 업체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제품 생산을 의료기기 규정에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안경테와 선글라스가 의료기기로 분류될 경우 공산품일 때보다 다소 품질 향상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안경테의 가격이 상승되고 제품의 다양성도 떨어질 수 있어 소비자의 선택 폭도 좁아지는 등 전체적으로 안경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사, 국민 안보건 위해 의료기기화 마땅
이런 제조업계의 입장과 달리 안경사들은 안경테와 선글라스의 기능 자체가 안보건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만큼 의료기기로 분류돼야 마땅하다는 시각이다.
대한안경사협회와 대다수 안경사는 안경이 안경테와 안경렌즈의 조합에 의해 완성된 시력교정의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안경렌즈는 의료기기로 분류하면서 안경테는 공산품인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대다수 안경사에 따르면 안경테는 정점간 거리와 동공간 거리를 유지하는 광학적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력교정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안경사의 처치와 피팅에 의해 어느 정도 이를 보완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안경테의 광학적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의료기기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안경테 재질에 따라 부적절한 소재나 표면처리제로 인해 안경테 착용자의 피부 알레르기 반응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선글라스의 경우에도 자외선 노출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각종 안 질환을 예방하는 중요한 안기능적 역할을 하는 만큼 의료기기로 분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공산품 분류에서는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율을 별도로 규정하거나 검증하지 않는 만큼 국민 안보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글라스가 의료기기로 분류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선글라스의 경우 이런 안경테 상 문제뿐만 아니라 선글라스 렌즈로 인한 안보건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선글라스 투과율과 재질에 따라 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안보건적 측면 외에 중국 등 해외 저가 제품의 무분별한 수입과 저가 및 짝퉁 제품의 유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국내 산업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시장질서 확립 효과도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무역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안경테, 선글라스 및 기타 안경의 수출액은 2002년 약 1억6000만달러에서 2012년 약 1억9000만달러로 다소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2002년 약 1억2000만달러에서 2012년 약 2억6000만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요 수입국 가운데 안경테는 중국에서의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선글라스의 경우 고급 브랜드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중국에서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10년 내 대부분의 안경 제품 양허관세가 철폐되는 만큼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안경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의료기기로 재정립할 경우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또한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가짜 브랜드 제품의 유통 방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전했다.
불법 유통되는 제품의 대다수가 중국 등 외국에서 불법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국내 안경산업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경테 및 선글라스의 의료기기화가 경기침체와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 안경원의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안경원의 판매 비중에서 콘택트렌즈는 증가하는 반면 선글라스의 경우 판매 비중이 대폭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선글라스가 일반판매가 허용되는 공산품으로 분류됨에 따라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글라스를 의료기기화하는 것은 국민 안보건 차원에서도 당연히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안보건 전문가인 안경사들의 전문성 강화와 경영환경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안경테 및 선글라스의 의료기기화가 안경업계 내외부에서 다시금 이슈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조율해 업계 전체의 이익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충환 객원기자
박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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