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활동 그 곳에 가다> (주)아이젠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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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트리 최용준 교육원장(오른쪽)이 소년의 집 한 원생에게 단순 굴절검사와 시기능 이상자를 가려내는 1차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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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젠트리 이병관 서면점 부장(왼쪽)이 휴비츠 차량 내 검안시설을 이용해 1차 검사에서 이은 정밀 2차 검사를 한 원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 부산=노현지 기자】 사회적 나눔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는 가운데 안경업계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안경사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바탕으로 소외계층에 무료 검안과 안경 지원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이젠트리 또한 체인 본사가 위치한 부산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과 내는 것이 목표

지난달 27일 부산 소년의 집에서는 ㈜아이젠트리의 봉사활동이 진행됐다. 서울에서 KTX로 부산역에 도착한 후 30여분 버스를 타고가니 소년의 집에 닿았다. 소년의 집에서는 벌써 원생들의 시력검사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날 봉사활동에는 ㈜휴비츠의 송경석 팀장, 빈주덕 기사와 아이젠트리 본사팀(마용억·황선아·이지영·마지수·최용준), 서면팀(이병관)이 참여했다.

휴비츠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전날 경기 안양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해 오후 6시쯤에 소년의 집 인근인 송도에서 1박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 반쯤 일찌감치 소년의 집에 도착한 아이젠트리 팀원들은 장비와 비품을 이동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품 양 때문에 오전 10시까지 준비를 마칠 수 있을까 염려했지만 아이젠트리 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했다.

"이번 봉사활동은 올 초부터 계획했다"며 "원래는 더 많은 인원이 함께하려 했으나 앞으로 꾸준히 교류하기 위해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최용준 교육원장이 설명했다.


■1차 검사, 사시 증상 발견 잦아 훈련 반드시 필요해

1차 검사는 최용준 교육원장이 담당했다. 1차 검사의 목적은 단순 굴절검사만 필요한 원생과 정밀검사를 필요로 하는 원생을 구별하는 과정이다. 이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오후 3시께 3차 정밀검사를 실시해야 했다.

드디어 오전 10시. 첫번째 원생이 검사실로 들어왔다. 최 원장은 낯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이름을 물어보며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도 그 노력을 아는지 밝게 웃으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검사를 위해 물어보는 질문들에 씩씩하게 답하기도 하는 등 밝은 분위기에서 검사는 진행됐다.

대부분의 검사는 구(舊) 안경 도수측정, 자동굴절계 촬영, 원거리 교대 가림으로 시작됐다. 한참 검사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최 원장은 원거리 주시를 당부하더니 갑자기 덧셈 암산을 시켰다. 그러자 이 학생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 시선을 이동시켰다. 최 원장은 이름을 부르며 시선을 고정한 상태로 답이 생각나면 얘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신기하게도 이 아이의 눈 편위가 점점 심하게 나타났다.

최 원장은 "사시는 뇌와 관련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서 집중하다 보면 시선이 사시 방향으로 편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잠복돼 있는 경우가 많고 눈의 편위를 극복하려고 과도한 힘을 쓰다보면 피로를 자주 느껴 간헐적 사시의 빈도가 늘어나 항상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학령기 아이들의 사시 및 과도한 사위는 집중도 및 인성 형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위험성을 설명했다.

이어 원거리 사시각 검사, 근거리 교대가림검사, 근거리 사위검사, 수직 사위검사, 폭주근점 검사, 조절력 검사, 안구운동 검사, NSUCO 안구운동검사(추종·충동검사), 암슬러 차트 검사, 색약검사 등 원생 당 10~20분 정도씩 검사를 진행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원생들을 담당하는 보육교사나 수녀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어떤 습관을 교정해야 하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물체가 일정 거리를 넘어서면 2개로 보이거나 적녹 색약 등 일반인의 눈에선 잘 보이지 않아 이해가 어려운 증상들은 직접 도구를 활용해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 원생들의 증상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언했다.

검사 결과 첫 번째 원생은 간헐성 외사시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거리 사시각 20도, 근거리 사시각 10도로 피곤하거나 멍하면 주로 우안이 편위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두 번째 원생 또한 간헐성 외사시로 두 원생의 패턴이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원장은 "두 원생 다 모두 사시고 양안시에 문제가 있다"며 "흔하지 않은 증상이 시작부터 나타난 만큼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말했다. 오전에는 총 15명의 원생이 1차 검사를 받았다.


■2차 검사, 굴절검사와 양안시 이상 재점검 진행

1차 검사에 이어 바로 진행된 휴비츠 차량 내 검안기기를 활용한 2차 검사는 이병관 아이젠트리 서면점 부장이 담당했다. 최 원장은 "이 부장은 아이젠트리에서도 가장 검안 실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실력자"라고 귀띔했다.

2차 검사의 목적은 굴절검사 및 1차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양안시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굴절검사에서도 정밀 난시 축 검사, 난시도 검사, 양안 조절균형검사, 양안시 검사 등의 정밀검사도 함께 진행됐다.

더운 차량 안에서 시력 검사를 하느라 땀이 맺혀 있는데도 시종일관 웃으며 아이들을 대하는 이 부장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350여 장의 안경테 전시로 원생들 마음 사로잡아

1, 2차 검사를 모두 마치고 정밀 검사 대상자를 제외한 원생들은 안경테를 선택하기 위해 이동했다.

안경테는 최근 유행하는 학생용 뿔테를 350장 정도 구비해 안경원보다 훨씬 많은 제품 전시로 유행에 민감한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혀줬다.

새로운 안경테를 갖게 된 학생들은 이것 저것 착용해보며 어울리는 테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자아이들답게 주로 고르는 색상은 파란색, 검은색이 대다수였다. 안경 착용을 돕는 직원들은 테를 골라주기도 하고 기존에 쓰고 있던 안경을 수리해 주기도 했다. 수녀들은 원생들이 테를 고를 때마다 와서 직접 골라주기는 등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3차 정밀검사 통한 시기능 훈련 대상자 선정

오후 시력검사는 1시30분부터 이뤄졌다. 최 원장은 검사실 조명을 밝혔다, 암실로 바꿨다 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특히 오후 3시30분부터는 3차 정밀검사가 진행됐다. 1차 검사에서 정밀검사 진단을 받은 원생들과 2차 검사에서 걸러진 원생들이 다시 검사실을 찾았다. 각 원생들의 이상 증세에 맞게 진행된 검사 중 가장 신기했던 것은 Worth'4 Dot이라는 손전등을 들고 진행한 검사였다. 완전 암실로 만든 후 원생들에게 불빛이 몇 개로 보이냐고 물으니 한 원생은 2개만 보인다고 했다. 최 원장은 손전등을 흔들며 점점 다가왔다. 최초 60㎝ 정도에서 5개로 보인다고 대답했다. 이후 우안에 적색 필터를 끼우고 다시 암실에서 밝은 펜 라이트를 들고 5m 정도 거리에서 불빛을 흔들며 몇 개로 보이냐는 질문에 1개라고 얘기했다. 최 원장이 점점 가까이 오다 2m에서 다시 물어보니 여전히 1개(빨간색)만 보인다고 대답했다. 최 원장이 펜 라이트를 흔들며 오른쪽에 흰 불빛이 하나 더 있다며 집중할 것을 요구하니 이내 이 원생은 한 개가 더 있다고 답했다.

최 원장은 "이 검사는 시기능 훈련의 좌표며 억제의 정도와 거리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라고 설명했다.


■훈련 대상자 총 8명…한 달간 시 기능 훈련 진행

검사를 모두 마치고 검사결과를 종합해보니 30명 중 간헐성 외사시 3명, 항상성 외사시 1명, 조절 부족 2명, 폭주 부족 1명, 약시 1명과 개산부족 징후를 보이는 원생 2명으로 총 10명의 원생이 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 원장은 "보통 검사를 진행하면 양안시 이상이 10~15% 정도로 나타나는데 소년의 집은 25% 정도가 양안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 비율이 상당히 높다"며 "특히 사시 비율이 높은데 이 원생들은 안경을 통한 교정보다는 시기능 훈련으로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더욱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오는 11일부터 내달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소년의 집을 방문해 시 기능 향상을 위한 훈련을 돕게 된다.

최 원장은 "소년의 집에만 190명, 산하기관까지 하면 450명 이상의 원생이 있는데 모든 원생이 검사와 적절한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향후 아이젠트리에서는 이 행사를 더욱 확대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한 아이젠트리와 휴비츠 직원들에게서 원생 한 명 한 명 모두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 시력검사에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이내 밝게 웃으며 다가와줘 활기찬 분위기에서 보람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초여름 맑은 하늘처럼 마냥 싱그러웠다.
단체사진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한 아이젠트리, 휴비츠 직원들이 봉사활동을 마친 후 부산 소년의 집 수녀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웃고 있다.

hyunjii@fneyefocus.com 노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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