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경쟁력 꾸준히 키워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야
기능·디자인 세계 각국으로부터 관심 받고 있어

국산 토종 브랜드
토마토안경 제공
국산 토종 브랜드
국산토종 브랜드
반도옵티칼 제공
우리나라에서 창업한 지 100세가 넘은 기업은 7곳, 팔순이 넘은 곳은 28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재벌닷컴이 2014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만2673개사를 대상으로 창업 연도를 조사한 결과, 가장 오래된 기업은 '박승직 상점'이라는 이름으로 1896년 창업한 두산이었다. 박승직씨는 두산그룹 창립자로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60)의 할아버지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100년 넘게 장수한 기업이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브랜드란 진정으로 소비자가 인정해 주는 것

그렇다면 국내 토종 안경브랜드는 어느 정도 장수를 할까. 기사 한 줄 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신문, 잡지 할 것 없이 광고를 해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브랜드가 있다.

K대학 안경학과 A교수는 "브랜드란 소비자들로부터 한 순간 각인이 되는 게 아니다. 금방 알린다고 해서 알려지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매체, 홍보 등 각종 마케팅을 통해 공을 들인 결과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게 바로 브랜드다. 브랜드란 단순 유행에 따르는 제품이 아니라 오랫동안 간직하고 착용할 수 있는 진정으로 소비자가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리 소문 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국산 토종 브랜드

국내 제조업체 B 대표는 "7~8여년 전부터 수백 여개의 국산 브랜드가 생겼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국내에서는 다소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 유럽, 미국 시장에만 나가면 세계 주요 명품에 밀려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며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연간 수조원을 쏟아붓는 세계 글로벌 회사들과 수출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때 잘 나갔던 국산 토종 브랜드인 갤랑(GALLAN)은 안경사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웰빙 안경테, 고급 안경테라는 입소문과 함께 지난 2005년 최고 히트 상품이었다. 이 브랜드는 코에 걸쳐 주는 코패드를 옥수수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한 친환경·친인간적인 재료를 사용한 신개념의 안경테라는 점에서 그 시대 최고의 파워를 지녔다. 하지만 겔랑 브랜드를 론칭한 국내 안경테 중견기업 한라옵틱은 10년도 지나지 않아 지난 2014년 8월 최종 부도처리가 됐다.

또 '서태지 안경'으로 유명했던 국산 토종 브랜드 서전 안경 역시 지난 2002년까지 굿 디자인 마크를 획득할 정도로 디자인을 인정받았고 연매출 100억원을 유지했으나 그 화려한 명성은 뒤로 한 채 2009년 최종 부도처리됐다. 서전이 몰락한 가장 큰 원인은 시장 트렌드를 놓친 데 있다. 90년대 후반 소비재수입 자유화 이후 중국산 저가와 유럽 명품 안경테가 몰려 오면서 안경테 시장은 저가와 고가 시장으로 양분됐다. 이 와중에 10만~20만원 대 가격을 형성했던 서전은 저가와 명품 사이 어느 쪽으로도 자리잡지 못하고 몰락하고 말았다.

■안경업계의 열악한 현실과 교육

현재 명품 안경 브랜드의 내수 시장 공략, 직수입 시장 급성장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유지조차 어려운 국내 안경브랜드가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부 안경원은 이윤이 많이 남는 수입 안경 브랜드를 고객에게 추천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정도다.

국내 토종 브랜드가 오래 가지 못하는 이유는 열악한 안경업계의 현실과 교육에 있다고 비판하는 K대학 A교수는 "제조업체가 몰려 있는 대구에도 안경 디자인 전공 출신들이 안경업계로 취업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길어야 6개월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졸업생이 입사하더라도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디자인을 시키는 회사 분위기와 고용주의 욕심 때문에 디자인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디자인 외적인 일들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원치 않더라도 디자이너의 이직을 강요하는 꼴이 된다. 결국 회사는 이득이 없는 잦은 인력의 교체로 인해 손실을 보게 되고 결국 짧은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기 위해 카피를 선택하게 된다"며 디자인 영역의 기반 취약으로 인해 우리 국산 브랜드는 오래 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을 내렸다.

■국산 토종 브랜드 기능·디자인 세계적 경쟁력

A교수는 "치열한 세계 안경시장에서 국내 토종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제품의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내야 한다. 국산 토종 브랜드를 보면 기능면이든 디자인 면이든 세계 각국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안경산업이 아직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젠틀몬스터 브랜드를 봐도 세계적인 트렌드를 주도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어려운 현실과 역경 속에서도 안경시장을 굳건히 지키는 국산 토종 브랜드가 있다.

또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안경제조업체 ㈜반도옵티칼의 폴휴먼, 오뚜르 등 브랜드는 국산 안경 인지도를 올리는 데 한몫했다. 토마토안경은 코받침 위치·다리길이의 조절기능 등 어린이의 눈 높이에 맞춰 제작돼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월드트렌드의 대표 브랜드 프랭크커스텀은 젊은 장인정신이라는 회사 슬로건에 맞게 만든 브랜드로 해외에서도 많이 찾는 국내 토종 브랜드다. 뮤지크의 국내 토종 브랜드인 스틸러 역시 국내 젊은층 에 반응이 좋다.

시선의 시선안경은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방문 시 쓴 선글라스로 유명해진 브랜드다. 루카스광학의 빈센트는 중장년층부터 젊은 세대의 빈티지 타입 안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이 애용하는 국산 브랜드다. 또 다사커뮤니케이션의 벤틱스는 이탈리아어 약자인 'ben'과 'fix'를 합성해 '얼굴의 인상과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꾸다'는 의미를 지녔다. 벤틱스는 전문직 남성들이 많이 찾는 국산 브랜드로 현재 인기 급상승이다. 인투코리아의 줄리오도 업계 주목을 받고 있는 국산 브랜드다.

jun7564@fneyefocus.com 전시현 기자
저작권자 © fn아이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